제가 넷플릭스의 다양한 영화, 드라마, 다큐에 대한 포스팅을 썼지만 이번 편만큼 역대급으로 열받으면서 보고 이 글을 쓰기에도 열받는 그런 다큐가 있습니다. '야라 감비라시오 사건'이라는 이탈리아 실화를 다룬 다큐이고, 사건 자체가 열받는다기 보다는 지금 이 시대에 서유럽 선진국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불확실한 증거들로 사람 하나를 종신형에 선고한 것에 대해 화납니다. 어떤 스토리인지 적어 보겠습니다.
초반 줄거리
야라 감비라시오는 이탈리아 브렘바테 디 소프라 마을에서 사는 13세 소녀로 건설 측량사 아빠와 유치원 교사 엄마 사이의 둘째 딸입니다. 야라의 꿈은 리듬체조 선수 챔피언이 되는 것이며, 늘 체육관에서 체조 연습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010년 11월 26일 저녁에 체육관에 갔던 야라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처음에 경찰은 사춘기 소녀의 가출이거나 연애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엄마는 야라는 아직 그런 아이가 아니라며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소녀의 실종은 이탈리아 전역에 보도되었으며, 부모님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극적인 언론 호소를 하였습니다.
중반 줄거리
(1)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불똥
실종 며칠이 지나도 진전이 없었고, 결국 몇 주가 지난 12월의 어느 날 스위스에서 데려온 뛰어난 실력의 수색견들을 지역에 투입시켰고, 이 개들은 한 공사장 근처에서 야라의 흔적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검사는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을 감청했고, 아랍계 한 노동자가 '아멘'이라고 하는 것을 '야라'로 잘못 들어서 그를 체포하지만, 곧 무혐의로 풀려납니다. 그가 체포당했을 때 이탈리아 사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증오가 잠시 끓어올랐고, 추기경은 직접 미사를 주도하면서 관용의 마음을 갖으라고 합니다.
(2) 의문의 인도 소녀 시체
야라를 계속 수색하던 중에 한 인도 소녀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소녀의 손목에는 카터 칼 자국이 있었고, 검사는 그저 자살로 사건을 종결합니다.
(3) 결국 죽음을 맞이한 소녀
야라 실종 몇 개월이 지나고, 인도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야라가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한 남성이 무선 비행기를 날리다가 발견한 것입니다. 야라는 레깅스가 내려가 있었고, 몸 곳곳에 카터칼 같은 자상이 있었고, 머리에 둔기로 맞은 흔적이 있었으며, 이탈리아 사회는 분노와 충격에 빠집니다.
(4) 2014년 - 복잡한 DNA 채취 과정들
시간은 3년이 더 흐릅니다. 그러나 수사는 진전이 없었고, 야라의 부모님은 대통령에게 수사관들이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는다며 직접 편지를 보냅니다. 압박을 느낀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은 야라 몸에 있던 신원 미상자 1의 DNA를 바탕으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DNA를 채취합니다. 그러다 한 남성의 친척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범인일 것으로 생각되며 죽은 남자의 무덤까지 파헤쳐서 DNA를 채취합니다. 알고 보니 무덤에서 채취한 구에리 노니의 DNA가 진범의 친부의 DNA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그와 과거에 조금이라도 마주쳤을 것으로 생각되는 상당히 많은 여성들의 DNA를 채취하다가 에스테르라는 여성의 DNA가 진범의 엄마 DNA인 것으로 나옵니다. 에스테라는 단 한 번도 구에리 노니와 외도한 적이 없다고 했으며, 다만 불임으로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을 때 DNA가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는 했습니다. 그녀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둘째 아들 '마시모'의 DNA가 진범과 일치한다고 합니다. 저는 솔직히 글을 쓰면서도 이게 가능한가...? 이해가 안 되네요.
(5) 마시모 보세티 체포
마시모 보세티는 체포됩니다. 심지어 야라가 실종되던 그 시각에 체육관에서 마시모의 벤이 계속 주위를 맴돌았다는 CCTV 증거와 그의 휴대폰 통신망이 체육관 앞에서 잡혔다는 점, 집이 근처라는 점 등 수사기관뿐 아니라 전 국민은 그가 파렴치한 미성년 살인자로 낙인찍고, 언론에서는 그와 그의 아내, 자식들 모두를 마녀사냥합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도 너무 충격받았으며, 그의 엄마 에스테라는 어떻게 자신은 한 번도 외도한 적이 없는 남자가 자신의 아들 친부일 수가 있는지 황당해합니다.
(6) 신뢰할 수 없는 증거들
마시모의 변호사는 자신들이 직접 DNA 검사를 다시 해볼 테니 야라의 DNA와 당시 옷에 묻어있던 DNA를 달라고 검사에게 요청했지만, 이미 DNA 표본이 사라져서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검사는 언론에는 DNA를 재조사하기에 충분한 양을 확보했다는 거짓 보도를 합니다. 그리고 야라의 옷에 묻어 있던 신원 미상자 1의 DNA가 아닌 야라의 DNA를 대조하는 등 아예 처음부터 DNA 시료 표본이 잘못된 조사를 하다가 모든 DNA 표본이 다 오염됩니다. 심지어 사건 당일 마시모의 벤이 체육관을 맴도는 CCTV는 언론의 입맛에 맞게 조작된 것이며, 그가 컴퓨터에서 보았다고 주장하는 19금 동영상 역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팝업창으로 뜬 광고일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그의 휴대폰이 사건 당일 체육관 근처에서 잡혔다고 하는데, 기지국이 체육관뿐 아니라 마시모의 집까지 마을 전체를 관할하기 때문에 그는 사건 당일 집에 있었을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그리고 마시모의 아빠가 야라 사건 이전에 지역 사회의 한 사업가에게 불리한 증언을 재판에서 했었고, 이에 대한 보복의 가능성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가 체포되었을 때 경찰들은 그가 범인으로 확신하며, 범죄를 자백하지 않았다고 이틀 동안 먹을 것을 주지 말고 가두라는 가혹한 지시를 했습니다.
(7) 체육관 관리인과 실비아
야라의 시신 옷에서 발견된 DNA 중 확실한 신분 두 명이 있습니다. 바로 체육관 관리인과 선배인 실비아입니다. 이들은 명백한 DNA가 발견되었음에도 어떠한 수사도 받지 않고, 기소도 안되었습니다. 마시모는 죽은 친부의 무덤까지 파서 나온 DNA로 종신형을 받았는데 이중잣대입니다.
결말
위와 같은 신뢰성 부족한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마시모는 이미 언론과 수사기관에 의해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진범이라고 낙인찍혔고, 그는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 후 근포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마시모는 계속 DNA 재검 요청을 하고 있지만 검사는 이를 거부합니다. 상고법원은 그의 항소를 5차례나 받아들였지만 재판부는 매번 이를 기각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고 있으며, 여전히 남편의 편에서 그를 지지하고 있으며, 야간 청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담당 검사인 레티치아 루제리 검사는 52개의 DNA 샘플 손상과 관련하여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절차상 사기 밑 부당지시로 기소되었습니다.
감상 후기
정말로 마시모가 진범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손상된 DNA 샘플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그 많은 조사 대사 중 그가 일치했으니까요... 그러나 최소한 손상된 DNA 샘플과 조작된 CCTV, 기지국 범위가 마을 전체라는 점 등은 배제하고 원점에서 다시 DNA조사부터 한다면 신뢰가 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증거로 한 사람한테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13세 소녀 야라 역시 너무 안타깝고, 딸의 진범을 찾아 정의를 구현하고 싶어 했던 부모님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수사는 너무 황당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아서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한 밤 중 목격자 1명의 몽타주 때문에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가 간신히 무죄를 입증하고 풀려난 실화 다큐 '그는 야구장에 갔다'도 함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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