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1993년에 발생했던 아나벨 세구라 납치 사건 실화 넷플릭스 다큐 초반 줄거리에 대해 적어 보았습니다. 그녀가 어떻게 납치를 당했으며, 아나벨 세구라는 당시 어떤 여성이었는지 등 긴장감 넘치는 실제 이야기였는데요... 오늘은 그 후 납치범들이 나타났는지와 체포 여부 무엇보다 아나벨은 무사히 풀려났는지 등 사건의 결말에 대해 적어 보겠습니다.
(▲아나벨 없는 900일, 어떻게 그녀가 납치되었고, 납치범들의 첫 번째 교섭이 실패로 돌아가게 된 내용은 위 포스팅에 있습니다.)
두 번째 교섭 전화
가족 대변인 라파엘은 언론을 통해 아나벨 가족들의 관심사는 그저 딸이 무사히 집에 돌아오는 것뿐이라며, 경찰의 입장과는 다르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그리고 4월 29일(첫 번째 교섭 2주 후) 납치범에게 두 번째 교섭 전화가 옵니다. 라파엘은 그날 경찰은 없었다며 일부러 뻔뻔하게 대응했고, 납치범들은 돈가방을 어디에 두라고 지정했습니다.
경찰들은 이번에는 더 철저하게 숨어서 범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가족들은 납치범들의 인간성에 호소했으며, 이들이 감옥에 가지 않도록 도울테니 제발 딸만 무사히 보내달라고 언론을 통해 호소합니다.
당시 빈번했던 납치 사건들...
우리나라도 90년대에 심심치 않게 납치와 유되 등 사건이 있었는데, 스페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나벨 납치 사건 6개월 전에 마드리드 근교에서는 세 명의 10대 소녀들이 클럽에 갔다가 실종되었고 이들은 나중에 저수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비극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인테르골프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주택단지에서는 유명 사업가의 딸 마리아 올로트가 납치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아나벨 납치까지 일어나고, 방송에 공개되면서 많은 딸을 가진 부모들은 딸들에게 안전을 당부하며 어디든 데려다주는 등 전 국민이 납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집니다.
아나벨에게 자유를!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던 90년대에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성들은 또다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전락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아나벨은 당시 커리어 우먼의 여성상이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스페인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아나벨을 풀어 달라는 시위를 했습니다. 그러나 납치범들은 이런 사회적 목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두 번째 교섭 실패 이후 오랫동안 연락을 안 했습니다.
경찰의 엄청난 노력
사실 이런 실화 다큐들을 보면 경찰이 그다지 노력하지 않거나, 생사람을 잡는데 시간을 허비해서 미제사건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나벨 사건에 나온 경찰들은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이들은 수많은 하얀색 벤을 조사하고 다녔으며, 추운 날씨에 아침까지 잠복해 있고, 돈을 노린 가짜 납치범들의 거짓 협박 전화를 일일이 다 확인하였으며, 범인이 보낸 녹음 테이프에 녹음된 초인종 벨 소리를 듣고 범인이 전화했던 공중전화 일대 집들을 찾아다니며 초인종을 일일이 다 눌러보는 등 아나벨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심지어 방송에서는 점술가들이 나와서 아나벨이 지금 어디에 묻혀있다, 어디에 감금되어 있다는 헛소리를 했는데... 경찰은 이러한 헛소리도 다 확인을 하러 다녔습니다.
납치범들을 속이자
두 번째 교섭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한동안 그들에게는 전화가 오지 않았습니다. 경찰과 라파엘은 미리 서로 말을 맞추고 방송에 나가 토론하는 척했습니다. 경찰은 납치범들에게 돈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라파엘은 가족들은 그저 딸의 무사 귀환이 중요한데 무엇이든 못 주겠냐며, 경찰과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토론 방송 다음 날인 6월 22일 납치범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나벨의 생존 증거
이번에 라파엘은 더 노련하게 범인들을 상대했으며, 경찰이 도청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전화로 연락하자고 하는 등 납치범들이 모습을 나타내게 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리고 아나벨의 생존 증거로 오늘 날짜를 말 한 녹음 파일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2000만 페세타를 선금으로 먼저 갖다 주겠다고 합니다.
아나벨 아닌 녹음테이프
납치범들은 이틀 후 아나벨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테이프 소포를 보냅니다. 그녀의 엄마는 이 목소리는 아나벨이 아니라며 흐느낍니다. 그리고 납치범들은 그 후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들은 이 녹음테이프를 분석하면서 납치범이 정규 교육 과정을 받지 않은 사람이며, 늘 술에 취해 있고, 어린 아들이 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결말
(1) 2년이 지난 후...
아나벨 납치 2년이 지났습니다. 가족들은 방송을 통해 납치범의 목소리를 공개했으며, 결정적인 제보 전화가 옵니다. 딜리버리 회사에서 일한다는 한 남자가 자신의 동료 '에밀리오 무뇨스 과딕스'와 납치범 목소리가 매우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35살로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고, 무장강도 전과가 있었으며, 흰색 벤을 몬다고 합니다. 경찰은 그를 몰래 도청했고, 미행했습니다. 그리고 에밀리오의 형제 알폰소에게 접근해 에밀리오의 아내 펠리사에게 아나벨의 행방을 물어보라고 시킵니다. 펠리사는 에밀리오와 그의 소꿉친구이자 공범인 칸디도가 그녀를 죽였다고 하며, 아나벨 목소리 녹음은 자신이 가짜로 한 것이라고 실토합니다. 경찰은 곧 에밀리오와 공범 칸디도, 펠리사를 체포합니다.
(2) 아나벨 없는 900일
경찰은 납치범들을 압박해 아나벨 시신이 묻혀 있는 곳을 실토하게 했고, 모든 인력이 총동원되어 1995년 9월 28일 아나벨의 시신을 찾습니다. 이때가 아나벨이 실종된 지 900일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3) 아나벨은 어떻게 된 것인가...?
납치범들은 돈 갈취를 목적으로 아나벨을 납치했으며, 무작정 부촌으로 가서 조깅하던 여성을 데려간 것입니다. 아나벨은 매우 저항했고, 중간에 탈출을 시도했지만 그 과정에서 다쳤습니다. 납치범들은 아나벨 집 전화번호와 부모님이 누구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낸 후 납치 6시간 만에 그녀를 한 공사장에서 죽였다고 자백했습니다.
(4) 형량
에밀리오와 칸디도 두 납치범은 43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아나벨 목소리를 위조해 녹음했던 펠리사는 28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납치 계획을 주도했던 에밀리오는 체포되었을 때에도 반성이나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나벨 다큐를 보니 어린 소녀가 유괴당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 찾게 되는 스토리의 스페인 드라마 '스노걸'이 생각납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포스팅에 있습니다.)
(▲어린 소녀를 유괴한 후 자신이 아빠라며 그녀를 키우고, 악한 행동을 저지르다가 결국에 사망에 이르게 한 미국 1990년대 실화 '사진 속의 소녀'도 함께 보시면 1990년대 전 세계적으로 심심치 않게 발생했던 납치 사건들에 대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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