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시즌 7] 5화 율로지 줄거리, 결말, 해석
블랙미러 시즌 7, 1화·2화에 이어 – 4화 ‘율로지(Eulogy)’ 줄거리와 결말, 의미 해석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블랙미러 시즌 7의 네 번째 에피소드 ‘율로지(Eulogy)’는 기억과 진실, 용서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의 왜곡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며, 기술이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고 치유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기억을 호출하는 전화
외딴 시골 마을에서 혼자 살아가는 노인 필립은 어느 날 장례 서비스 회사 ‘율로지’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고인이 된 캐럴 하트먼이라는 사람에 대한 부고를 전하겠다는 연락이었고, 필립은 그 이름을 듣고 과거 절절히 사랑했던 연인 캐럴이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됩니다. 그는 미국에 살고 있고 장례식장인 런던에는 갈 수 없다고 말하지만, 업체 직원은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며, 고인을 기억하는 데 도움만 주면 된다고 요청합니다.
사진 속 과거로 들어간 남자
필립이 동의하자 곧 드론 택배로 정체불명의 기기가 도착합니다. 설명서를 따라 관자놀이에 기기를 부착하자 가상현실 공간이 펼쳐지고, AI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나타나 사용법을 안내합니다. AI는 필립에게 캐럴과의 추억을 최대한 떠올리라고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그녀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필립은 고백합니다. AI는 사진이 있다면 도움이 된다며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필립이 꺼내온 사진들은 대부분 캐럴의 얼굴이 가려져 있거나 뒷모습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AI는 사진 속 세상으로 필립을 초대하고, 그는 정지된 사진 속 1989년 당시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캐럴과의 첫 만남과 함께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기억을 되짚어 갑니다.
사랑과 오해의 시간
필립은 밴드 활동을 하던 시절, 첼로 연주자였던 캐럴을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는 캐럴이 자신의 밴드에 함께하길 원했고, 그녀에게 기타를 연주하게 합니다. 필립은 캐럴이 그것을 좋아했다고 말하지만, AI는 과연 그녀가 진심으로 그 선택을 원했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밴드는 점차 해체되고, 필립은 캐럴이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필립 역시 당시 바텐더 여성과 애매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립니다. 가상현실 속에서 점점 더 많은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필립은 과거에 자신이 저질렀던 오해와 책임 회피를 직면하게 됩니다.
끝내 닿지 못한 마음
결국 필립과 캐럴은 다툼 끝에 이별하게 됩니다. 캐럴은 런던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참여하겠다며 몇 개월 후 돌아온다고 말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필립은 그녀가 자신을 떠났다고 믿으며 청혼을 위해 런던까지 갔지만 만나지 못했고, 그 후 캐럴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사진 속 그녀의 얼굴을 모두 오려버렸습니다.
진실을 마주한 순간
AI는 필립에게 그의 기억과 감정이 완전한 진실이 아니었음을 조심스럽게 짚어냅니다. 캐럴은 필립을 떠나지 않으려 했고, 여러 차례 그에게 편지를 보내며 그리워했다고 알려줍니다. 더 나아가, 캐럴은 필립의 아이를 임신했던 사실도 밝혀지며, AI가 보여준 젊은 여성의 모습이 다름 아닌 두 사람의 딸 ‘켈리’였음을 알게 됩니다. 가상현실 속 대화는 결국 필립과 딸의 첫 만남이었던 셈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필립은 실제 장례식장에 참석해, 첼로를 연주하는 딸 켈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립니다.
율로지(Eulogy)의 의미
‘Eulogy’는 장례식에서 고인을 추억하며 남기는 추도사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번 블랙미러 에피소드에서의 ‘율로지’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과거의 오해와 상처를 마주하고 화해하는 시간으로 확장됩니다. 이 에피소드는 기술이 단순히 기억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망각하거나 왜곡한 진실을 되찾고, 그것을 통해 누군가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필립이 과거를 직면하고, 미워했던 얼굴을 다시 기억하게 되는 여정은 곧 진정한 ‘율로지’의 의미와 맞닿아 있습니다.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고, 남겨진 이들은 추억 속에서 새로운 이해와 용서를 배워갑니다.